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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정, 부정, 또 부정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 탓일까, 난 마음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깨달았다. 그런 의식을 했다는 것이, 이미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와서라는 것을. 당신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부정했다. 내 마음이 아니라 미래를. 당신과 나는 너무 달랐으니까. 그래서 묻으려 했다. 당신으로 가득 찬 내 마음째로 묻으려 했다. 그 누구도 모르도록. 나도… 모르도록.

 하지만 나는 내 생각보다 약했던 모양이다. 단단한 땅이라 생각했는데 물이었던 모양이다. 묻었다 생각한 마음은 계속해서 떠올랐고, 흘러 넘쳤다. 이러면 안 되는데, 누구도 알아선 안 되는데…

 그래서 나는 흰 종이 위에 새하얀 색연필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썼다. 그 말을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나 자신도 모르도록… 이 마음 언젠가 사라지리라 믿으며, 흘러넘친 마음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도록, 쓰고 또 썼다. 아무리 써도, 누구도 모르리란 생각에. 나는 몰랐던 것이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똑같은 말을 그 자리에 계속 쓰다 보니, 보이지 않더라도 그 말이 점점 종이에 새겨져 갔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져 갔다는 것을… 

 이윽고 종이는 뚫리고 말았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문장 그 모양 그대로, 뚫리고 말았다. 이젠 누구나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당신조차도. 이제는... 지울 수도 없게 되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글자 모양처럼, 내 마음은 멍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당신을 앓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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