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거센 파도가 되어, 네가 이루려던 것을 휩쓸어 갈 수도 있어.
노력해서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도,
다른 사람들이 널 몰라주고 손가락질을 하는 일도 있을 수 있지.
살다 보면, 그래, 어떤 슬픔도 절망도 찾아올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슬픔만에 젖어들어, 멈추지 말았으면 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로 인해 마음이 흔들리더라고, 자기 자신을 공격하지 않았으면 해.
다시 일어나서, 살아줬으면 해.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이 가능한 일. '너'를 살아가는 것.
하루하루 '너'를 살아가줬으면 해.
달린다. 그저 앞을 향해 달려간다. 어디로? 모르겠다. 그걸 알기 위해 달리는 걸까. 어쩌면 멈춰선 안 되니까 달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앞이라곤 해도, 확신은 없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저 지금 이렇게 달리고 있으니 적어도 앞을 향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뿐. 그렇게 필사적으로 달렸다. 무언가를 찾고, 어딘가에 이르려는 듯. 혹은 뒤에 쫓아오는 무언가가 있다는 듯. 숨이 차오른다. 급격하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폐 때문일까, 가슴이 아파온다. 갑갑하다. 가슴팍이, 갈비뼈가, 폐가 아파온다. 입이 점점 말라간다. 고관절은 삐걱거리기 시작한 지 오래고, 다리 근육마저 욱씬거려 온다. 아니 전신이 아파온다. 그럼에도 달린다. 왜? 모르겠다. 한계가 점점 다가옴을 느낀다. 달리는 이유도 모르면서, 오직 그것만이 정답인 양 자신의 몸을 채찍질해 간다. 하지만 결국 한계가 찾아 온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정신이 육체에 매여있는 이상, 정해져 있던 결말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유도 모른 채 앞만을 향해 달리던 몸이 쓰러진다.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 겨우 옆을 바라볼 생각이 들었다. 아니 드디어 그럴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옳겠지. 그리고 이윽고 그는 깨달았다. 거대함과 완만한 휘어짐 때문에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자신은 어떤 장벽 내에서 그저 그 안을 계속 돌고 있었을 뿐이란 것을. 앞을 향해서, 그저 그것만을 생각하고 달렸지만, 사실은 그저 같은 곳을 멤돌았었을 뿐이란 것을. 이유도 모른 채, 어쩌면 그 끝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달렸던 것의 결과가 제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이윽고 하나의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내가 향해야 했던 곳은, 앞이라 믿었던 눈앞이 아니라, 저 장벽 너머였다는 것. 하지만 그 생각을 따라줘야 할 육신은, 이미 너무나도 지쳐, 그는 그저 그 생각과 지난날을 돌아보며 드는 후회만을 품은 채, 하염없이 장벽 너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인생은 살아가며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경험해 가는 여정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생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여정이란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삶이 이어짐에 따라, 나는 어떤 결말에 이르는가. 그것을 알아가는 여정